POSTYPE Culture

네이버 입사를 희망하던 UI 디자이너, 스타트업 창업가 되다

포스타입의 창업과 성장 이야기 1

사업은 잘돼 가? 직원 수는 몇 명이야? 월 매출은 얼마나 돼?”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노력했지만, 사실은 민망하고 속이 쓰렸다. “너 회사 안 잘리고 잘 다니고 있어? 월급은 얼마나 받는데?”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질문을 인사치레라며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야속한 맘도 들긴 했지만, 보통 이런 질문은 꽤 친한 지인들이 던지기 마련이라 “힘들긴 한데 열심히 하고 있어.”, “그건 회사 대외비라 우리 엄마가 물어봐도 못 알려줘.”라며 웃고 넘길 수 있었다.

내 마음의 괴로움과 스트레스는 주로 내 능력이 아직도 한참 부족함을 깨닫거나 나태한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생겨난다. 그래서 사업은 잘돼 가느냐는 질문에 나는 내 부족함으로 인해 회사가 아직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와 가슴을 울려, 속상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훨씬 컸다.


앞서 언급한 나의 사업체는 2012년에 신규섭 님과 공동 창업한 씸플(Cimple, Inc)이라는 회사다. 햇수로 벌써 4년 차가 됐다.

신규섭 님과는 2010년 XE 커뮤니티에서 서로 처음 알게 되었다. 신규섭 님은 티스토리 스킨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XE의 모듈 개발과 스킨 디자인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XE 공식 커뮤니티에서 제작자 겸 포럼 답변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나는 신규섭 님과 같은 능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웹 표준과 HTML, CSS 작성법을 공부하는 단계였다.

그때 내가 먼저 신규섭 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고, 그 후 1년 정도 함께 CIMPLE(당시 한글 이름은 심플)이라는 팀을 이뤄 XE 유료 콘텐츠 마켓에서 판매자로 활동하며 홈페이지 제작 외주를 했다. 정식 사업자로 활동한 것은 아니고 프리랜서 팀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XE로 제작한 CIMPLE 홈페이지. 이 XE 레이아웃 스킨은 지금 씸플 사내 인트라넷으로 잘 쓰이고 있다.


그 당시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기 때문에 졸업 전시 준비와 취업 준비, 심플에서 하는 웹 디자인 외주를 병행하고 있었다. 심플 일을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은, 나 역시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으며, 딱히 사업에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2011년 NHN UXDP 6기에 합격하게 되어 10일간의 합숙 훈련(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열흘이라고 지금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과 평가를 거쳤는데, 내가 속한 조는 결국 상위 2개 팀에 들지 못했고, 나는 인턴십에 탈락했다. UXDP 전후로 있었던 SK Communications 채용과 삼성전자 디자인 인턴십에서도 각각 인·적성 검사와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렇게 상반기 채용에 줄줄이 떨어지고 있었는데도 별로 아쉽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심플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을까? 하지만 당시 신규섭 님은 안정적인 회사에서 다니는 상태였고, 언제나 내게 정식으로 창업하겠다는 꿈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게 언제 어떻게 실현될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네가 그때 네이버에 입사했다면 함께 창업하자는 말은 안 꺼냈을 거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신규섭 개발자와 이유림 디자이너 두 명이 씸플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됐을까?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나의 졸업 전시 작품인 ‘뻥이요 어워드 2011’의 작은 성공 때문이었다. ‘뻥이요 어워드 2011’은 용기의 반 이상을 공기로 채워 넣는 제과 업체들의 괘씸한 과대포장 행태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졸업 전시 동안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악의 과대포장을 가리는 뻥이요 어워드 웹사이트가 실제로 운영되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선정, 과자를 일일이 까서 얼마나 들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찍은 깜놀할 사진들, 투표 현황과 순위를 공개하여 제과업체들의 명예 실추(?)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통쾌한 아이디어.

‘뻥이요 어워드 2011’은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났고, 단 며칠뿐이었지만 동시 접속자 200명을 달성했다. 그리고 모 제과업체로 추정되는 곳에서 경쟁업체의 과자에 DDOS 공격 수준으로 투표하고 달아난(그래서 누군지 짐작하게 된), 물증은 없지만 강한 심증만 남았던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뻥이요 어워드 2011 웹사이트


당시 신규섭 님은 뻥이요 어워드 웹사이트의 개발 및 서버 관리 등, UI 디자이너이자 초보 수준의 웹 퍼블리셔였던 내가 해낼 수 없었던 모든 기술적인 도움을 주었다. 신규섭 님은 웹사이트 기획과 구현에 관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디자인과 코드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디자이너 겸 웹 기획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UXDP 참가 당시만 해도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몇 개월 후 뻥이요 어워드 프로젝트에서 기획력이나 디자인 스킬이 급상승해 거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신규섭 님은 단시간 내에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빨랐던 점을 높게 사서 나를 함께 손발을 맞출 디자이너이자 사업의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이 공부도 안 하고 성장도 느려졌다며 매우 구박하고 있긴 하지만, 당시엔 진짜로 그렇게 얘기해 줬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스물네 살을 먹도록 단 한 번도 창업을 내 진로의 선택지에 놓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주변에 사업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모든 사람은 다 어딘가에 고용되어야만 일할 수 있는 것인 줄만 알고 자랐다. 초·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에서도 창업에 관해 배우거나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나 창업 유전자가 없었던 나란 사람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의 내가 창업 제안에 덜컥 승낙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씸플에서만 다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디자이너가 본업이지만 코딩도 정말 좋아하고 잘하길 원했다. 마침, 디자이너 겸 웹 퍼블리셔를 채용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이유는, 없다. 나에게는 오로지 첫번째 이유가 중요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의 내가 스타트업의 창업자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하게 할 만큼 일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야근 많고, 월급 적게 받고, 아니 거의 월급 없고. 이런 게 좋아서 스타트업에 몸담으려는 사람이 과연 어디 있을까.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씸플이 아주 소박하게 시작한 건 사실이며, 그런 배고픈 상황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을 잘 알고도 기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를 굳이 덧붙이자면, 나는 더이상 자기소개서를 고쳐 쓰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진짜로 창업을 하게 된 또다른 요인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부터 나타났다. 2011년 11월의 어느 날, 내가 그해 6월에 무척 가고 싶어했지만 갈 수 없었던 회사, 네이버에 몸담고 계신 기획자 A님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뻥이요 어워드를 참 인상 깊게 보았다. 혹시 함께 제품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씸플은 2012년 가을에 창업지원사업에 선발되어 실리콘밸리에서 3개월간 진행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위 사진은 샌프란시스코 어딘가에서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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